KBS 생로병사의 비밀 882회
장 속 염증을 다스려라, 크론병
한국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12월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전쟁을 끝내기 위해 노력했었고 이듬해 휴전 협정이 맺어졌습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평소의 지병이 있었는데 바로 크롬병입니다. 만성 염증성 장 질환인 크론병으로 인해 1956에는 장 절제술까지 받아야했지만 크론병을 이겨내고 재선까지 성공하며 1961년까지 미국을 이끌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수 윤종신씨가 10여년 전 크론병 투병 사실을 밝힌 바 있습니다. 크론병은 잘 관리하고 치료하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지만 만성 염증 질환이라는 특성 때문에 불치병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장내 염증의 악화와 완화를 반복하며 설사와 복통을 유발해 오랜 시간 관리해야 하는 만성염증성 장질환 중 하나인 크론병! 원인을 특정할 수 없어 예방이 쉽지 않은 상황인데 환경 변화와 가공식품의 섭취가 늘며 크론병 환자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환자들은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복통, 설사, 체중 감소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 큰 괴로움을 느낍니다. 계속되는 설사와 복통으로 일상생활을 위협하는 질병. 크론병은 대체 무엇이고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아봅니다.
크론병이란 병명은 1932년 이 질병을 최초로 분류했던 미국 크론 박사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30년 전만해도 크론병 환자가 매우 드물었습니다. 2010년부터의 통계를 보면 크론병은 물론 궤양성 대장염까지 염증성 장 질환은 더 이상은 희귀병이라 분류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크론병은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인자, 환경적 인자, 장내 미생물 총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기관 어느 부위에서나 염증이 발생할 수 있는 만성염증성 장질환입니다. 소화관 중에서도 주로 소장과 대장에 발생하는데 우리나라 크론병 환자들은 주로 소장과 대장이 만나는 회맹부에서 염증이 흔히 발견됩니다. 크론병 염증은 깊어서 궤양이 잘 생기고 띄엄띄엄 발생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염증이 악화와 회복을 반복하면 장이 좁아지는 협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궤양이 깊숙하게 진행이 되어서 장 천공이 생길 수 있습니다.
크론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설사, 복통(배꼽 주변과 하복부 통증 및 불쾌감), 소화 흡수 장애로 인한 체중 감소입니다. 하지만 크론병의 조기 진단은 어려운데 크론병의 흔한 증상인 복통, 설사를 과민성 대장 증후군으로 오해해 진단이 늦어지기도 하고 장 속 염증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치루를 항문의 문제로만 인식해 엉뚱하게 치료하다 보면 그 사이 장은 염증으로 상황이 심각해집니다. 치루, 과민성 대장 증후군과 비슷한 증상으로 질병을 오해하기는 쉽고 진단은 늦어집니다.
치루는 항문 안쪽에서 시작된 염증이 항문 바깥 쪽에 샛길을 만들어 분비물이 나오는 증상인데 한국인 크론병 환자 40% 정도가 치루를 경험합니다. 통증이나 설사 증상이 없어도 치루가 자주 생긴다면 크론병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늦기 전에 정밀한 검사를 통해 염증을 치료해야 합니다. 주로 20-30대 젊은 나이에서 많이 발생하는 크론병, 하지만 중장년층도 안심해서는 안됩니다.
크론병은 초기 진단되었을 당시에는 협착 없이 염증만 있는 경우가 많은데 적절한 치료가 되지 않고 10년 정도 지나면 2/3 이상 협착이 동반됩니다. 크론병 치료 방법이 다양해져서 소장 협착 치료에 풍선 확장술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풍선 확장술은 좁아진 협착 부위에 풍선을 삽입하고 풍선을 부풀려 공간을 확장하는데 염증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확장된 상태로 유지됩니다.
소장은 영양분과 수분을 흡수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절제할 경우 단장증후군이 발생해 영양 섭취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잘라낸 소장을 서로 연결을 해야 하는데 염증이 자주 생기는 크론병 환자의 경우는 장의 끝과 끝을 연결하지 않고 옆면이 맞닿은 상태로 넓게 연결합니다. 이때 옆면과 윗면 모두 의료용 스테이플러 봉합기를 이용해 원래 장의 형태와 최대한 가까운 모양으로 만듭니다.
염증성 잘질환의 유전성
고혈압, 당뇨병의 자녀 발병 확률(부모 모두 질환을 가진 경우 약 30-50%)과 비교하면 크론병의 유전성은 매우 낮은 편입니다(부모 모두 질환을 가진 경우 약 10-30%). 특히, 부모 한쪽만 질환을 가진 경우에는 8% 미만으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고혈압,당뇨의 경우 약 20%).
국내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증가
학계에서는 산업 혁명으로 생활환경이 변화하고 패스트푸드를 비롯한 가공식품이 등장해 서양에서 크론병 환자 수가 늘기 시작했다고 보고합니다. 이러한 서구화를 거치며 한국, 일본, 중국에서도 크론병 환자가 늘고 있습니다. 2019년 기준 국내 궤양성 대장염 환자가 3만 7000여 명, 크론병 환자가 1만 8000여 명으로 10년 전과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크론병 VS 궤양성 대장염 차이
크론병은 염증이 입부터 항문까지 소화관 어디나 침범하고 깊은 궤양이 띄엄띄엄 나타납니다. 반면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만 염증이 발생하고 얕은 염증이 장 전체에 분포합니다.
크론병의 상태는 CRP 검사로 확인합니다. CRP는 감염, 염증이 발생하면 간에서 만들어져 혈류로 분비되는 급성기 반응 물질로 CRP 증가는 급성 감염이나 염증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크론병에 좋은 음식
장에 염증이 심할 때는 가스를 유발하는 음식은 피하고 부드럽게 익히거나 기름기가 적은 음식 위주로 식사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금연을 하는 것이 크론병 치료에 도움이 됩니다.
염증성 잘질환 환자 주의 식품 - 콩, 양파, 브로콜리, 양배추, 카페인, 매운 음식
염증성 잘질환 환자 권장 식품 - 익힌 채소, 두유, 살코기, 생선, 두부, 계란
꾸준한 관심으로 개발되는 약제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같은 염증성 장질환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만큼 염증을 완화시키는 약제인 생물학적제제도 함께 개발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 TNF 억제제인 인플릭시맵이 주된 약제로 쓰였지만 이후 인터루킨 억제제(2009), 인테그린 억제제(2017)가 국내에 출시되었습니다. 올해는 JAK 억제제가 출시되며 많은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에게 힘이 되고 있습니다.
크론병은 면역 체계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면서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과도하게 방출해 염증을 일으키는데 이 대표적인 염증 매개 물질이 TNF-α 단백질입니다. TNF-α 억제제는 이 TNF-α 단백질과 직접 결합해 염증 물질이 수용체와 결합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즉, 염증 반응을 차단하는 방패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베돌리주맙은 α4β7인테그린이라는 물질을 억제하는 생물학적제로 장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약물입니다. 염증성 장 질환 환자들은 장내 백혈구 수가 증가해 염증을 일으키는데 혈관 내부에 있는 백혈구가 밖으로 빠져나와 장 벽으로 이동하면서 장 내에 백혈구 수가 증가하게 됩니다. 이때 백혈구가 혈관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는 백혈구 표면 단백질이 인테그린입니다. 항 인테그린제제는 백혈구 표면에 있는 인테그린 단백질에 결합하는데 백혈구가 혈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장 내부 염증을 줄일 수 있습니다.
증상이 없어도 필요한 점막 치료
장 속 염증이 심해졌다가 완화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크론병은 오랜 시간 관리와 치료를 필요로 하는 질병입니다. 염증이 완화되어 설사, 복통과 같은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를 멈춘다면 장내에 남아 있는 적은 염증이 심해져 치루와 같은 합병증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인 점막 치료는 필요합니다.
사소하지만 세심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크론병 환자들은 심한 복통과 설사로 화장실을 자주 찾습니다. 또한, 합병증으로 인해 장 절제술을 받은 후 장루를 달고 생활한다면 야외 활동을 할 때 수시로 쌓이는 장루 주머니를 공중화장실에서 비워야 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국내에는 일부 병원을 제외하곤 장루 환자를 위한 화장실은 없습니다.
미국, 일본에서 장루 주머니를 편하게 교체하고 비우는 전용 화장실을 설치하자는 캠페인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장루 전용 화장실 확대 설치에 관심을 기울이며 정책적으로 장루 화장실의 설치를 촉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환우들을 위한 사소하지만 세심한 배려로 그들과 함께 일상을 살아가도록 노력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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